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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폭우가 가르쳐준 것


몇 년 전에 작은 나뭇잎도 여러 개가 밸브처럼 막을 형성하여 집 뒤 작은 배수로가 막는 것을 보고는 걷어내었는데 그 여린 나뭇잎에 그런 위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어제 전국적으로 내린 호우로 우리 집도 난리였는데 나가서 보니 2층 배수관이나 계단으로 빗물이 세차게 흘러내렸다. 집이 낡아 집 안 어떤 방 벽면 일부에는 결로를 타고 빗물이 조금 스며 들어온 곳도 있었지만 2층과 연결된 배수관은 낡아서 삭았는지 물이 배수관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문 안쪽 구석 배수로는 비파나무 이파리나 열매 등으로 막혀 괸 물이 대문 밖으로 넘치고 있었다. 부라부랴 우산을 쓰고 내려갔지만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에 갈고리나 빗자루를 들고 배수구를 훑어내는 동안 옷이 흠뻑 젖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하고 들어와 기다렸는데 그러다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나가서 말끔히 청소하고 들어왔다.

올해는 비파 열매가 많이 열리지도 않아 따는 건 포기하고 내버려두었는데 6월 10일 무렵의 절정기가 지나니 농익은 노란 열매와 큰 이파리가 같이 떨어져 대문 부근 수돗가 근처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지만 매일 그렇게 떨어지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같은 상황을 만난 것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다 일찍 그쳐 다행인데 하루 종일 혹은 연이어 2~3일 정도 내렸으면 그게 온통 짧은 이면 도로를 타고  차도로 흘러내려갔을 테니 악영향이 없을 리가 없다. 

장마철에는 평소 배수구 주변을 잘 청소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다행히 얼마 전 교체한 누전차단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비가 그쳤을 때 집 안 구석구석을 한번 살펴보고 잠재적 위험이 감지되는 곳은 스스로 혹은 사람을 불러 재빨리 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