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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사이비

나는 1994년 여름 부산의 골방에서 리눅스에 첫발을 디딘 뒤로 상당한 시간 동안 인터넷 유즈넷을 매개로 배우고 공부하고 가르치는 생활을 하다가 7년 동안 애벌레로 존재하다 한여름 절규하듯 노래하다 생을 마감하는 매미처럼 20세기를 마감하던 해 여름부터 새 세기가 시작되던 해 가을까지 여러 벤처 기업에 근무했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님을 깨닫고는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나버렸는데 16년 지난 지금 돌이켜보아도 내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인문학도도 이니고 자연과학도도 아닌 어중개비 자체인데 자화자찬하면 경계인이다. ^^
고등학교 3학년 결정적인 시기에 농땡이치다 대학 계열 혹은 학과를 지망하는 데 결정적인 판단 자료인 시험을 몇 차례 빼먹어 근거 자료가 없으니 당락을 최우선 순위로 꼽던 학교 담임 선생님이 공대 가라고 했는데 나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그 뒤에 내가 다녔던 대학(?)으로 갔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왜 공대 진학을 거부했는지 지금은 석연치 않다. 아마도 나는 공대 혹은 이공계로 가면 뉴턴이나 아인시타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정확히 알았던 듯도 하고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으로 형성된 어줍짢은 문과 기질도 상당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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