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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원 룸, 원룸?

2004년 5월 이후 만 12년 하고도 5개월째 살고 있는 집을 이달 말 혹은 늦어도 10월 5일까지는 비워주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일이 겹치고 추석 연휴가 너무 길어서 일정을 제대로 이행할 수가 없을 것같아서 마음만 계속 바빴다. 요즘 ‘원 룸’이나 ‘투 룸’이 뭔지도 모르고 예전에 1년 6개월 정도 살았던 서울 강남 모 고층 오피스텔 생각이나 하고 있던 내게 도시 이면 도로 여기저기 있는 작은 원 룸 빌딩 속 거주 공간은 외형 상 현대식이지만 좁아 터진 닭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창문을 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주변 콘크리트 건물의 질감밖에 없어서 한 순간에 염증이 났다.
이러던 차에, 지금은 퇴원했지만 추석 연휴 기간 입원 중이던 어머니가 방 두 칸짜리 집을 알아보라고 하셔서 원 룸이나 투 룸을 구하려던 초기 계획을 접고 단독 가옥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건 원 룸이나 투 룸보다 더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주 허름한 집이 아니면 보증금도 2~3천만 원 정도 내야 한다. 그래야 월세가 적정선으로 떨어진다.
오늘 누군가가 소개해준 부동산 소개소로 가서 거기서 추천하는 집에 가보았다. 보건소와 지하철 역이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고 그 주변에 온천천이 흐르고 걷기에 적합한 곳이라 갑자기 거기에 시선이 붙박혔다. 재래식 시장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형 마트와 백화점도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여기는 내가 2년 전 걷기 운동에 열중할 때 센텀 시티 ‘영화의 전당’과 함께 반환점으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각 좀 해보겠다면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는데 걷다가 다시 보니 그 지역이 연로하고 병약한 어머니께 아주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짙게 들어서 지하철 역 입구 부근에서 걸음을 되돌려 그 부동산 소개소로 다시 가서 전격적으로 계약하고 초등학교 교장 직에서 물러난 지 6년 된다는 집주인과 한참 동안 계약 외적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이제 남의 소유물이 된 이 집을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동네는 별로 정이 들지 않았지만 우리 집에 자주 와서 먹고 노는 검은 고양이 네로와 그 새끼들이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