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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들' 중독

아침에 우연히 어떤 블로그 페이지 제목을 보니 '감정들', '생각들;이 보여서 한 자 적는다.
한국어에서는 원래 어떤 사물이 복수라 하더라도 영어처럼 복수임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관행은 없고 문맥에 따라 그것이 복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 마을에 집이 몇 채인가?" 할 때 그냥 "몇 집(호, 가호)이다."고 하지 '몇 집들'이라고는 하지 않으며 이렇게 하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덧붙여 어떤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단어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있는 가산 명사도 있고 불가산 명사도 있는데 복수형 접미사 '들'을 붙이더라도 가산 명사에 붙이는 것이지 불가산 명사, 즉 감정, 생각, 행복 등 추상명사나 대중, 민중 등 '집합 명사'에는 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건 영어 등 외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요즘 저런 황당한 표현이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어교육이 확산되면서 외국어, 특히 영어 문법이나 표기에는 익숙하지만 철저하지 못하고 모국어의 특성에는 더 무지한 이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문법적 감각이 외국어 쪽에서 나오지만 외국어 맥락에서도 엉터리고 모국어 맥락에서는 그야말로 생경하고 조잡한 말을 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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