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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참고 자료: <시사IN 인터뷰> 장하준, 브렉시트의 진짜 교훈

<시사IN 인터뷰> 장하준, 브렉시트의 진짜 교훈
시사IN Live |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 입력 2016.07.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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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노동당도 소속 의원 중 무려 75%가 제러미 코빈 대표에 대한 불신임안을 내는 등 내홍이 만만치 않다. 1990년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이후 신자유주의로 변절한 노동당이 오랜만에 등장한 진보적 대표를 압박한다는 평가도 있다.

비유를 들자면, 보수당의 대처주의는 ‘운전(영리 추구)에 방해되는 신호등이나 교통 규칙(규제)을 모두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쾌속 운전하면서 위험한 사고는 각자 알아서 피하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노동당(토니 블레어 이후의 노동당) 역시 교통 규칙을 없애는 것에 동조한다. 다만 그렇게 해서 늘어난 교통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운전자들로부터 특별세를 걷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대표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단히 비판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정치력이 너무 부족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이 아래로부터 끓어오르는 불평등 체제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맹목적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 결과인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많은 사람이 희생 당했다. 그들이 드디어 ‘이게 아니구나’라며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노와 희망이 미국에서는 트럼프,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주도 세력, 프랑스에서는 국민 전선 같은 극우 세력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불행히도 현 체제의 수혜자들은 변화를 허용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이민자나 테러리스트 탓으로 돌린다. 이에 따라 점점 ‘증오의 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서비스업 강화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이 지금 같은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 결국 금융 등 서비스업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서비스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옳다. 국민 가운데 70~80%가 농업에 종사하는 ‘산업화 이전 사회’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에서나 서비스 부문의 고용이 제일 많게 마련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성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갈수록 인력 수요가 적어진다. 그러나 ‘일자리에 중요한 산업’과 ‘경제의 엔진으로서 중요한 산업’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 무게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안 될 것이다. 5~10%나 되나? 엔진을 뺀 자동차는 고철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의 엔진은 제조업이다.
글로벌 금융 센터인 영국은 서비스업에 특화해서 돈을 버는 거의 유일한 나라였다. 서비스 무역 부문의 흑자가 GDP 대비 2~3%에 이르니 대단한 것이다. 다만 금융 산업에 의존하다 보니 소득 불평등이 심할 뿐더러 외부 충격에도 지나치게 민감해서 휘청휘청한다. 한국 역시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 강해야 서비스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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