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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르포] 휴가 길에 캐리어 끌고 파업 참석... 상암 경기장 메운 은행원

[르포] 휴가 길에 캐리어 끌고 파업 참석... 상암 경기장 메운 은행원
이데일리 | 유현욱 기자 / 박기주 기자 | 입력 시간 2016.09.23 15:08

은행권 총파업에 상암 경기장 일대는 때아닌 특수
통신망 부하로 전화·인터넷 불통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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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은 총 6만 5,000명(금융감독원 추산 1만 8,000명)으로, 전체 은행권 노조원(11만 명)의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행사 시작 전후 지방에서 버스를 빌려 나눠 타고 온 조합원 1만 5,000명이 합류했다”며 “당초 전체 조합원의 80%에 달하는 약 8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사측의 강한 저지로 불가피하게 오지 못한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른 아침 비어 있던 경기장 내의 7만여 개의 좌석은 어느새 가득찼다. 처음에는 뜨거운 가을 햇살을 피하기 위해 각 지부별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좌석이 가득차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노조원들이 갖가지 도구로 햇살을 가렸다.

◇정장 대신 가벼운 복장으로... ‘투쟁 모드’에 나선 은행원들

이날 경기장 앞에선 자원 봉사자들이 앞면에 붉은색으로 ‘해고연봉제 저지!’를, 뒷면에는 ‘관치 금융 철폐’를 적은 손팻말을 배부했다. 은행 지부별로 지정된 좌석에는 ‘총파업’을 크게 쓴 빨간색 종이 모자가 놓여 있었다.

평소 같으면 단정한 정장 차림에 각자의 근무지로 출근했을 은행원들은 가벼운 반팔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속속 나타났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난 행원들은 총파업 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서로 안부 인사를 건냈지만, 모임의 성격 탓인지 얼굴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이 모(32 ·여) 씨는 “수 개월 전 계획한 휴가를 제쳐두고 총파업에 참석했다”며 이 씨는 “동료들과 ‘해고연봉제 분쇄! 관치 금융 철폐!’를 한 목소리로 외친 뒤 곧바로 여행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라는 또 다른 참가자 박 모(31) 씨는 “신문과 선배들을 통해 성과연봉제에 대해 알게 돼 이 자리에 동참하게 됐다”며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동료들과 경쟁이 더 심해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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