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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독한 사회 - 생활 화학 제품의 역습] 안심하고 쓰세요, 한국 고객님, 성분은 묻지 말고...



1. 인용 대목에서는 ‘30여종의 성분명’ 등 번역체 표현은 모조리 고쳤다. 하나만 예로 들면, ‘30여종의 성분명’보다는 ‘성분 명 30여 종’이 더 낫다. 도처에서 쓰는 ‘대부분의 경우’, ‘한국의 경우’ 등도 마찬가지다. A of B 형식인데 이게 자연스러운가? 이건 그 말의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바꿔 쓰면 된다.

2. 제목과 부제는 너무 어색해서 손봤다. 줄임표를 아무 데나 습관적으로 갖다 붙이는데 굳이 쓰려면, ‘안심하고 쓰세요. 한국 고객님... 성분은 묻지 말고’보다 ‘안심하고 쓰세요. 한국 고객님, 성분은 묻지 말고...’처럼 쓰는 게 더 낫다.
기자는 다른 이가 말한 것을 그대로 옮겨 썼겠지만 ‘고객님’은 ‘손님’으로 바꾸는 게 맞다. ‘님’은 극존칭(명사 혹은 접미사)인데 손님이라 하면 촌스럽고 경박해 보이고 ‘고객님’이라 하면 더 점잖아 보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공손한 태도가 더 돋보이는가?
‘세탁용 세제 4종 성분 공개하는 베트남보다 못한 불편한 진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베트남과 ‘불편한 진실’은 비교 대상이 아닌데 그렇게 써놓았다. 이것은 ‘불편한 진실: 세탁용 세제 4종 성분 공개하는 베트남보다 못한 한국’처럼 하면 깔끔해진다.

[독한 사회 - 생활 화학 제품의 역습] 안심하고 쓰세요, 한국 고객님, 성분은 묻지 말고...
경향신문 |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 입력 2016.08.10. 23:02 | 수정 2016.08.11. 00:19
불편한 진실: 세탁용 세제 4종 성분 공개하는 베트남보다 못한 한국

글 싣는 순서

1부: 청결 강박 사회의 경고

① 아파도 쓴다

② 독 안에 든 호모 케미쿠스

③ 뭣이 독인지도 모르면서

2부: 화학 물질 권하는 사회

3부: 케미토피아는 없다
...
■ 베트남엔 있고 한국엔 없다

한국에선 국회를 통하는 방법을 제외하곤 성분 확인이 어려운 셈이다. 해외에서도 이렇게 성분 확인이 어려울까?

조사 대상인 세제 4종은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한국 피앤지 측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우니를 수입해 한국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 몇 곳을 방문해 베트남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다우니와 디자인까지 똑같은 제품을 찾았다. 베트남 온라인 쇼핑 몰 ‘티키(tiki)’ 등에는 물·향료·색소를 제외한 여섯 가지 성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쇼핑몰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제품 뒷면 사진에서도 같은 성분 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헨켈 측은 취재진의 문의에 “국내 제조 제품은 독일에서 개발된 포뮬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다른 환경 및 규제를 고려해 약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 몰인 아마존 독일 사이트를 방문했다. 한국에서도 판매하는 ‘퍼실 컬러 젤’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해당 제품 뒷면에 정확한 성분 명이 아닌 ‘성분’ 15종이 적혀 있지만, 독일 사이트에는 성분 명 30여 종이 기재돼 있었다.
“기술력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는 한국 기업의 설명과 달리 제품이 수출된 해외에서는 일부 성분 명을 공개하고 있었다. 러시아 마트에서 발견한 LG생활건강의 테크는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는 디자인이 달랐지만 한글로 ‘테크’라고 쓰여 있었다. 제조 지역도 울산의 LG생건 공장으로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제품 뒷면에는 한국 시판 제품과는 달리 ‘소듐 설페이트’ 등 계면 활성제 성분 명이 함량과 함께 설명돼 있었다.
애경의 스파크 역시 러시아의 온라인 쇼핑 몰에서 일부 성분이 확인됐다. 일부 계면 활성제 성분은 러시아에서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밖의 성분은 함량과 함께 대부분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한 단어로 처리한 ‘수연화제’와 ‘기포 조절제’의 성분도 러시아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샴푸와 주방 세제의 유해 물질들’이라는 책을 쓴 박철원 박사는 “정부가 시행하는 화평법(화학 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모든 화학 물질을 관리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전 성분을 공개하고, 그걸 토대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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