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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스운 호칭 혹은 지칭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형 마트에 들러 운동화 한 켤레 사려고 대폭(?) 할인 행사 한다는 2층 매장을 둘러보다가 너무 비싸서 비교적 저럼한 바지 하나 사는 걸로 갈음했다.
크리스마스 캐롤보다는 국내 가수들의 노랫소리가 더 많이 울려 퍼지던 거리 한 켠 작은 찻집에서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유자차와 커피를 연거푸 마시고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끼고 지나간 세월 속 장면을 되새겨보기도 했는데 이윽고 거리로 나와 배회하였다.
그러다 작은 횟집에 들러 소주 한 병과 호르레기 물회를 주문하고는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건장한 두 청년이 내게서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대작하며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으로 미루어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그 중 하나가 이야기할 때 늘 ‘형이’, ‘형은’으로 시작하는 게 좀 묘했는데 그들은 청소년도 아니고 적어도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이런 사례 외에도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스스로를 ‘선생님’이라 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꼭 '필자', '기자'라 칭하는 이들도 있고 좀 심하면 '본인'이라 하는 ‘올드 보이’도 있다. '나는', '저는'같은 표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데도 그렇다.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 보고 듣던 '본인은'같은 표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한국 사회가 이른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 할 정도로 과거와 확연히 단절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온 역사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1세기에 19세기, 20세기의 풍경이 그대로 혼재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언어와 사회적 관계를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에게 쓰는 말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이, 사회적 지위나 권력 보유 여부를 떠나서 서로 독립된 인격체로 만날 때 그런 표현을 쓰면 사람에 따라서는 한쪽에서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을 일컬으면서 어떤 귄위의식을 내비치는 듯한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