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 '배드 맘'(Bad Mon) 유감

넷플릭스는 원래 DVD 비디오 대여 업체로 시작해서 지금은 북미 - 미국, 캐나다 - 를 넘어 세계적인 미디어 스트리밍 업체로 성장했고 단순히 기존 미디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제작한 미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요즘은 이른바 4k(10 비트 HDR) 영화가 기본 방향이겠다.

지금은 한국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 나는 괜찮은 VPN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당시 미국 페친에게 ZIP 코드를 하나 얻어서 미국 넷플릭스에 회원 가입을 하고 신용 카드를 등록한 뒤 한국에서 넷플릭스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화질은 국내 IPTV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걸 체득한 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한 번 제대로 알고 체험하고 나면 언제든 그런 걸 재현할 수 있으니 그게 기술적 영역의 한 수이다.

그 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나는 미국 멤버십을 해지하고 그 계정도 페쇄했는데 이 사실을 일본 도쿄 넷플릭스 콜 센터의 아리따운(?) 한국계 직원에게 이야기하니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계정에 얽힌 모든 걸 삭제해주었다.

최근 4k 비디오를 테스트하기 위해 집 TV를 켜서 그 자체 '스마트 TV' 메뉴로 들어가서 넷플릭스 앱을 실행하여 영화 한 편을 골랐는데 그게 '배드 맘'이다.

대체로 흐름이 경쾌하고 디테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며 꼰대처럼 교훈적인 이야기를 널어놓지 않으려 다소 코믹하게 처리했는데 드라마 전체로 보아서는 괜찮은 작품이다.

문제는 대사 중 '나쁜 엄마들'이 '지껄이는' 대사와 이어지는 장면인데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은 그걸 뛰어넘어 노골적이었다.

성교육 영화도 아니고 거기에 'ㅆㅂ', 'ㅈ', 'ㅈㅈ', 'ㅂㅈ', 'f*cking'은 예사로 등장한다. 심지어는 'ㄸㅅ'하러 클럽으로 가서 실행하는 장면도 나온다.

실제 대사 속 어휘 - vagina, penis, sex, fucking - 가 그러니 번역자도 고심했겠지만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신의 한 수도 있지 않았겠나 싶은데 이건 막무가내였다.

자칫하면 '교육 포르노'(세미 포르노) 정도로 취급받을 수도 있겠다.(따라서 이 드라마는 19금 - 미국 18금 - 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직장 다니는 엄마든 전업 주부든 가사 노동은 물론 직장 일까지 하면서 아침이면 아이들 등교 시키고 하교 시간이면 가서 '픽업'하고 학교의 온갖 이벤트까지 참가해야 하는 처지에서 젊은 엄마 셋이서 어느 날 '사보타지'를 선언하고 나쁜 엄마가 되기로 도원 결의한다. 어디서? 술집에서...

그리고는 '보이 헌팅' 하러 클럽으로 가서 일을 저지르는데 한편으로 그 중 하나가 PTA 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이 배드 맘은 완벽주의에 젖은 이른바 알파 걸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희화적으로 쓴 것이고 그들의 항변과 행동 속에 대단히 많은 합리적 요소가 있지만 이걸 양키식으로 그렇게 만든 건 교육 및 여성 문제에 관한 분명한 철학이 빈곤한 까닭도 분명히 있겠다.

몇 년 전 내가 직간접으로 경험한 모 초등학교의 30~40대 엄마들 중에도 그런 '나쁜 엄마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만나서 술 먹다 밤 새고 때로 그 중 하나가 선동하면 '호빠'도 서슴지 않고 갔는데 좀 황당하다.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은 그걸 한 층 넘어 한국식으로 만들 수도 있었겠는데 배설하듯이 번역해버렸다.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자율적 인간으로 기르는 게 양육과 교육의 주안점이 되어야 할 테인데 미국식 행태주의 심리학 혹은 교육학 이론으로 아이들을 몇 살(10살, 12살?)까지는 엄마 혹은 부모가 무조건 돌보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해버리니 그 아이들은 냉장고에서 뭘 꺼내 먹거나 화장실 가는 것까지 엄마에게 물어보는 수동적 존재로 자란다. 사실 상 '파쇼 엄마' 아래에서 식물적 존재로 성장할 수도 있다.

요즘 '강남 엄마'를 비롯한 한국 중산층 부모들이 이 '합리적'이고 '거룩한' 미국식 양육 및 교육 이데올로기 구현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몸바쳐 헌신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차라리 '나쁜 엄마'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