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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참고 자료: 뛰어난 신기술이 상업화에 실패하는 이유

뛰어난 신기술이 상업화에 실패하는 이유
이코노미 조선 | 라울 카푸어(Rahul Kapoor)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 스쿨 부교수 | 입력 2016.07.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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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성공 여부,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

신기술의 성공은 기술이 적용될 생태계가 잘 짜여 있느냐에 달렸다.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 차를 예로 들어보자. 두 종류의 차종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지만 하이브리드 차에 비해 전기 차 판매량이 훨씬 적다.
현대차 산하 한국 자동차산업 연구소 집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세계 친환경 차 판매량 195만 1000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가 165만 4,000대로 전체 판매의 84%를 차지했다. 전기 차 판매량의 비중은 8.9%에 불과했다.
이 차이를 가져온 것이 바로 기술 생태계의 구축 여부다. 내연엔진과 전기 차 배터리를 함께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는 주유소만 있는 지역에서도 당장 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 차와 다르다. 하이브리드 차는 기존 생태계와 새 생태계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지만 전기 차는 새 생태계가 자리잡기 전까진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곧바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기술과 그렇지 않은 신기술을 구분하려면 기술의 생태계부터 파악해야 한다.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면 그 기술이 향후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혹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좋은 기술도 시장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 생태계와 기존 생태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신기술을 평가할 때는 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도입할 신기술을 평가한다면 배터리 충전소와 전기 차 정비소 구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기존 생태계가 무너질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편견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울트라테크(Ultratech)라는 반도체 회사는 40년 동안 한 번도 신기술을 선도한 일이 없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며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기존 기술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내실을 다진 덕분이다. 또 10~15년 전만 해도 자동차 연비가 1갤런당 30~40마일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내연 엔진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동차의 연비는 상상 이상으로 개선됐다.
이처럼 많은 기술 혁신이 기존 기술과 생태계를 토대로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기술 전망이 좋다고 해서 기존 기술을 무조건 비관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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