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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자율주행 차 사망 사고가 주는 진짜 교훈

자율주행 차 사망 사고가 주는 진짜 교훈
시사IN Live |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 입력 2016.07.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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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를 개발 중인 구글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2015년 10월, 구글은 자사 직원 중 자원한 사람들에게 통근 시간에 고속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차를 제공했다. 구글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항상 100%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약속하는 증서에 서명을 받고 차 안을 촬영하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시속 100 ㎞ 이상으로 달리면서 뒷좌석으로 몸을 돌려 노트북을 꺼내 핸드폰을 충전하려고 했다. 구글은 '우리는 인간 본성을 보았다. 사람들은 기술이 잘 작동하는 걸 보는 순간 그것을 매우 빨리 믿는다'라고 보고서에 썼다. 이 때문에 구글은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차를 만들기 전까지는 자율주행 차를 상용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사람들의 ‘오해’를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자동 조종’을 의미하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부터 문제 삼았다. '다른 회사들은 같은 개념의 기능에 이름을 붙이면서 좀 더 보수적인 단어를 골랐다'라는 것이다. 볼보는 모든 자동화된 기능을 묶어 ‘준자동화(semi-autonomous) 기술’이라고 부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운전자 보조(driver assistance)’, 도요타는 ‘안전 감지(safety sense)’, 혼다는 ‘감지(sensing)’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은 비행기의 자동 조종 장치(automatic pilot)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7월 6일 테슬라는 블로그에 두 번째 글을 올려 '오토파일럿 모드로 1억 마일(약 1억 6093만 4400 ㎞) 넘게 주행하며 한 번도 사망 사고가 나지 않았다. 전 세계 사고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오토파일럿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통계적으로 더 안전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있었음에도 오토파일럿이 사망 사고 위험을 낮춘다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기술 전문 분석 잡지 는 이런 비교는 '수상쩍다'라고 보도했다. 오토파일럿은 오직 준중형차가 고속도로에서만 이용해왔기 때문에, 전체 차량 운행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오토파일럿의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테슬라는 최종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겼다. 같은 글에서 테슬라는 '사고 순간 오토파일럿이 설계된 대로, 사용자에게 설명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써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했다'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2015년 10월 기자들에게 오토파일럿을 시연하며 '이것은 ‘거의’ 자율 주행이다'라고 말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해명이다. 당시 머스크는 잠시 핸들에서 두 손을 놓기도 했다. 머스크의 전 부인 탈룰라 라일리는 핸들을 잡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테슬라를 타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지웠다.

테슬라 공식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고 관련 토론 글에서 한 테슬라 운전자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나는 오토파일럿이 안전 벨트나 에어백 같은 다른 안전 장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안전 벨트를 맬 때와 매지 않을 때 운전자의 행동이 달라질까? 아니라고 봐. 하지만 오토파일럿은 사람들이 운전에 주의를 덜 기울이도록, 그래서 덜 피곤하고 더 편리하도록 만들어졌어. 그리고 그게 바로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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