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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청소·세탁·페인트칠... 노예처럼 일했던 학교 야간 경비원 눈물 (종합)

물청소·세탁·페인트칠... 노예처럼 일했던 학교 야간 경비원 눈물 (종합)
(인천=연합뉴스) | 신민재 기자 smj@yna.co.kr | 송고 시간 2016/08/18 10:51

배수로, 지하 주차장 청소부터 커튼 세탁까지 고역에 신음
교육청 “부당노동행위 시정 지시... 전체 BTL 학교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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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전문 관리 업체에 '당직 기사'로 채용된 박 씨는 담당 학교로 오후 5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감시하고 학교 시설을 지키는 게 기본 업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 안 배수로 청소는 물론 기계실 바닥 물 퍼내기, 체육관 커튼 세탁, 지하 주차장 물청소, 제초 작업, 쓰레기 분류, 페인트칠 등 본연의 경비 업무와 관련 없는 온갖 노동을 해야 한다.
박씨는 18일 "한개에 15 ㎏짜리 철판 덮개 수 십 개를 들어내고 배수로를 청소하거나 새벽 두시까지 세탁기를 돌리고 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학교에 배치된 관리 업체 직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경비원과 주말·휴일까지 맞교대 근무를 하는 박씨가 매월 손에 쥐는 월급은 103만 원.
시도 때도 없는 노동을 견디다 못한 박 씨는 경비 업무 이외의 업무 지시에 항의하다가 회사 측과 마찰을 빚게 됐고 업무 지시 불이행, 무단 결근, 회사 명예 손상 등의 사유로 회사 징계위원회에 부쳐졌다.

박씨의 딸은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뒤늦게 알고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박 씨의 딸은 관계 기관에 제기한 민원서에서 "아버지가 초등학교 야간 경비원으로서 업무 외의 일을 노예처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면서 "힘없는 노인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고통받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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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 사업은 민간 투자자(시행사)가 학교 건물을 지어 교육청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20년 간 운영하면서 교육청으로부터 연간 10억 원 가량의 임대료·운영비를 받는 방식이다.
민간 업체가 시설 운영을 책임지면서 학교는 시설 행정 업무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 재정에 장기 채무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점 등이 제기돼 인천에서는 2011년 이후 BTL 방식으로 추진된 학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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